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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artist HAN NAZ, Bello Under the Sun 2017
200x260mm with diace frame edition of 100 , Signed by the artiist
Pigment ink on Archival Paper Published and Distributed by Galerie Frida Seoul



유토피아를 기억하기
 
대개 유토피아란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인 공간을 가리킨다. 어차피 갈 수 없기 때문에 꿈만 꾸는 일이다. 그런데 한진선의 유토피아는 정반대다.

그의 유토피아는 현실에 있는 공간을 가리키고 있다. 한진선은 ‘사진’이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담아내는 가장 유력한 매체를 통해, 이탈리아의 수영장, 바닷가, 주택가, 별장 등 지금이라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을 작업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왜 한진선은 ‘갈 수 있는 유토피아’로 떠나지 않는 걸까? 이 이유 역시 다분히 현실적이다.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는 막상 떠날 수 없는 이유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리는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하기보다, 갈 수 없는 이유를 추려내는 데에 급박해졌다. 이전에는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게 유토피아적 상상이었다면, 언젠가부터는 현실에서 꿈을 꾸는 일 자체가 유토피아적 상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이유에서 한진선은 유토피아를 ‘도피처’라고 부르며 그곳으로 ‘도망’치기 어려운 현실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도망갈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다.
 
꿈 꾸지 않는 이유가 단지 현실 상황만은 아니다. 유토피아에서 찾고자 하는 이상 또한, 전혀 이뤄본 적 없던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가 아니라 안정감이나 여유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바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진선은 새로운 행복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거의 행복을 곱씹는 데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사실 많은 경우 우리는 ‘새로운 꿈’을 좇으려다가 ‘익숙한 행복’들을 잃어버리기 일쑤이니 말이다.

한진선의 사진은 소중한 과거를 더욱 구체화하는 데에 힘쓴다.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색깔, 그날의 하늘, 그날의 햇살, 그날의 사람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작가가 굳이 사진을 주 매체로 사용하는 건 그 까닭일 테다.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말했듯, “사진은 그 지시대상과 분명한 물리적 연관 관계”를 제시하며 더욱 선명한 기억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한진선은 기억 속 행복을 구체화함으로써, 소중함이란 추상적인 공상에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걸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함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여유로워 보이는 행복한 사진 속에서, 기억을 위해 애쓰는 절박한 태도를 떠올려보자.
 
- 최나욱 (미술평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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